한 슬픈 소설의 주인공을 알고 있다.
이제는 어른이 되었지만 몹시 수줍은 소녀시절을 보낸 그 주인공은 어느 봄날 뜨개질을 시작한다.

20여년전 주인공이
국민학교에 다닐 때 어머니가 짜 주셨던 목도리를 풀어서 스웨터를 짜기로 한 거다.

그 목도리를 주인공은 참 싫어했다.
모양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색깔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목도리는 엷은 모란꽃 색이었는데

그런색의 목도리를 하고 다니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그 목도리가 더 싫었던 거다.

그런데 어느날 같은 반 친구가 그 목도리에 대해 지나치게 칭찬을 늘어놓았고
그것이 자기를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한 주인공은 그날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그 목도리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20여년 동안 목도리는 옷장 서랍 속에 갇혀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뜨개질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옷장을 뒤지다가

그 목도리를 발견하게 되었고
왜 그때 이 색깔이 이렇게 곱다는 것을 난 몰랐을까 주인공은 가볍게 탄식을 한다.

엷은 모란꽃색 목도리를 보면서 주인공은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옷은 하늘색과의 조화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어머니는 겨울에 눈 내리는 하늘과
엷은 모란꽃 색이 정말 잘 어울릴 거라는 걸 아셨던 거다.

그래서 일부러 그 색깔을 골라서 짜 주셨던 건데
나는 그걸 모르고 바보처럼 싫어하기만 했구나 라고 주인공은 생각한다.


그리고 왜 그 목도리를 하지 않느냐고

왜 그 색의 아름다움을 모르냐고 강요하지 않고
그냥 하고 싶은대로 자기를 내버려둔 어머니에 대해 새삼스럽게 고마움을 느낀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무엇인가의 진정한 아름다움 누군가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기까지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옆에서 강요하지 않고
그 사람이 저절로 아름다움을 알게 되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서도 가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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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죠.
현실이 소설보다 또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할 때도 있다구요.
내일을 어쩌면 아주 극적인 일 아주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네요.

Posted by pino93

유영석이 1993년 11월 ~ 1996년 3월 KBS Radio FM 인기가요를 진행했을 때
클로징멘트의 일부분을 옮겨놓은 것이다.

하드정리를 하다가 파일이 있어
예전 생각도 나고해서 올려볼 생각이다



Posted by pino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