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인기가요'에 해당되는 글 10건

  1. 1994.11.01 [유영석 일기] 1994. 11. 1 (화) by pino93
  2. 1994.10.31 [유영석 일기] 1994. 10. 31(월) by pino93
  3. 1994.10.25 [유영석 일기] 1994. 10. 25 (화) by pino93

진시몬즈라는 배우를 처음 본 것은 국민학교 2학년 아니면 3학년 때였다.

그때 본 영화는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였는데 그 영화에서 진시몬즈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진시몬즈는 그때 이미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진시몬즈가 맡은 역은 하이디의 친구인 클라라의 가정교사였다.
영화에 나온 시간도 십분 정도밖에 안되었다.

그런데 그 단역배우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때까지 본 모든 여자들 중에서 제일로 예쁜 여자였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본 여자 중에서도 제일 예쁜 여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형처럼 예쁘다는 말이 그 영화 속의 진시몬즈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어린 내 눈에는 이 세상 어떤 인형도 진시몬즈만큼 예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진시몬즈를 다시 본 것은 그로부터 많이 시간이 흐른 칠 팔년 전이었다.

텔레비전에서 미니시리즈 가시나무 새를 했는데 거기서 어디서 많이 본 듯싶은 여자가 나왔고
몇 번 반복해서 보는 중에
주인공의 엄마가 어린 시절 내마음을 그렇게 설레게 했던 진시몬즈라는걸 알 수 있었다.
진시몬즈를 한마디로 폭삭 늙어있었다.

눈빛도 흐려진 것 같았다.
차라리 안보는 편이 나을뻔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내 마음을 알 턱이 없는 진시몬즈는

얼마전 한눈에 봐도 날림으로 찍은 것 같은 싸구려 오락영화에 정년 퇴직한 여교수로 나와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어떤 늙은 남자배우와 함께 살인자를 쫓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모습이 그런데로 괜찮았다.

아!  저 여자가 저렇게 영화 속에서 살인자를 쫓듯 아직도 자기 일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거다.

클라라의 가정교사였을때 보다는 물론 훨씬 못했지만
가시나무새에 나왔을때보단 생기가 있어 보였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하고 담을 뛰어넘고 노를 젓는 진시몬즈를 보면서
나는 그레타가르고라는 배우를 생각했다.

팬들의 기억에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만을 남기고 싶어서
젊었을때만 영화출현을 하고 늙어서는 철저하게 은둔생활을 했다는 전설적인 여배우.

과연 어느쪽이 더 아름다운 것일까.

Posted by pino93

어떤 청취자가 우리 프로그램앞으로 책을 한권 보내왔다.
'유 영석의 FM인기가요 앞' 이라고 했으니까 나만을 위해 보낸것 같지는 않았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이었다.

그책은 나도 전에 읽은적이 있었다.
내가 전에 읽었던것은 책 크기도 글씨도 작았는데 오늘 잠깐 훌어본 그책은 크기도 컸고 글씨도 컸다.

겉표지도 많이 세련되어져 있었다.
그것보다 무엇보다도 내가 전에 읽었던 것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가로쓰기로
인쇄가 되어있었다는 거다.

요즘은 모든 책이들이 다 그렇지만 전에는 그렇지 않았었고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을 세로쓰기 인쇄로 읽었다는건 그만큼 오래전에 읽었다는것이고
그만큼 오래전에 읽었다는건 그글의 깊은 뜻을
제대로 알아차렸을리가 없을것이라는걸 뜻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난 그글을 다시 읽지 않았다.

오랫동안 생각해 본적도 없는 그글에 제목을 본 오늘 그 글을 읽고난 직후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용도 어느정도는 기억이 났다.
아주 귀한 난 한포기를 선물받은 스님은 그난에 온정성을 기울이게 되었고 그러다보나까
외출을 해서도 금방 돌아오고 어디 먼 여행을 떠나게 되면
사람보다도 그 난 걱정을 하느냐고 조바심이났다는...

결국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사람마음에 집착을 갖게 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사랑도 그렇다.
누군가를 좋아하게되면 내가 그사람을 좋아하는 것보다 그사람이 나를 덜 좋아하면
어떻하나 나에 대한 그사람의 마음이 혹시라도 변하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하게되고 소심해진다.

사랑뿐아니다.
돈도 명예도 또 조금쯤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 재능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집착이 두려워 소유하지 않기 보다 소유하면서도 소유한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그런걸 보면 난 아직도 무소유란 그글에 깊은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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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일이든 또 자신의 재능이든요 사랑하면서도 집작하지 않을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하지만 그건 어쩌면 도를 깨친 사람만이 할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pino93

어떤 사람 앞에서든 편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욕심이 아니라 어쩌면 게으름인지도 모른다.
나를 무척 따르고 나도 무척 좋아하는 후배가 한명있다.

스물이 훨씬 넘은 나이에 어떻게 우리가 만나서
어떻게 우리가 서로를 그렇게 애지중지할 수 있게 되었는지
정말 신기한 정도로 그런 후배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후배 앞에서 내가 참 불편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후배는 나를
실제의 내 모습 보다 훨씬 좋게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후배가 보고 있는 나는
실제의 나보다 인간성도 좋고, 편견도 없고, 가치관도 올바르고,
따뜻한 마음도 가졌고 화도 잘 내지 않을 뿐 아니라
아무리 화가 나도 함부로 남을 헐뜯거나
욕지거리 같은 것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라고
스스로 설명한 적은 한번도 없는데 왜 그렇게 알고 있는지 그건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튼 나를 그렇게 알고 있는 후배 앞에서면

후배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사람이 되어야 할 것같다.
그래서 불편한 거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제든 한번은 그 후배와 오랫동안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내가 가진 모든 나쁜 점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하면 좀더 편하게 그 후배를 대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건 생각뿐

"실망이란 좋은 거야 실망은 그 사람을 제대로 알게 해 주거든
나는 니가 나한테 실망했을 면 좋겠다."

이런 알송달송한 말만 한번 했을 뿐이다.

그런데 글쎄
그건 어쩌면 그 후배를 편하게 대하고 싶어서라기보다
누구 앞에서든 긴장하고 싶지 않다는 게으름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오늘 처음 했다.

나를 실제보다 좋게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고마워서라도
그 사람이 생각하는대로의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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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를 잘 봐준다는 거
실제의 나를 깎아 내리는 것만큼이나 부당하고 불편한일이긴 합니다.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일이기도 해요.

Posted by pino93